책 제목이 희망적이라
과연 어떤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을지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느낀 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인데
솔직히 처음에는 이 책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러다 깨달음을 주는 글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글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을 건데,
'인생'이라고 불리는 그 중간의 시간 동안 자기가 가지고 오지도 않고
가져 가지도 않을 무언가를 놓고 싸움박질을 하는 것 같아.
처음에는 이 구절에 큰 동의를 했다.
그러다 다시 생각해봤을 때
우리가 인생을 자각하고 있는 '그 중간의 시간'에서 잘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의 인생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경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지면 구절에 나오는 '싸움박질'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해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두려움 때문에 뒷걸음질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가게 만든 인생의 폭우는 어떤 게 있었더라?
피하는 대신 빗속으로 나를 던졌더라면 차라리 더 좋았을 일들도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흠뻑 젖은 후 찬란한 태양이 떠올랐을 때 그 따스함을 즐기며
새로운 마음으로 전진해 나갔더라면...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왠지 약간은 용감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좋은 구절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다.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지배적이라 쉽게 도전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제는 그 두려움들을 벗어던지고 빗속으로 나를 던져보려고 한다.
산티아고 길을 걷다 보면 알게 된다.
구름이, 바람이, 심지어 비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존재인지를.
궂은 날씨와 같았던 내 인생의 시간들도
실은 다행스럽고 오히려 고마운 날들었다는 사실을...
나는 어떤 일을 하든 그것에서 무엇이든 얻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좋은 일이었든 궂은 날씨 같은 시간들이었든
그 당시에는 힘들었어도 돌이켜보면 아무일도 아니었던 일이 있고
어쩌면 지금까지 아픈 상처로 남아있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들이 한데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궂은 날씨와 같았던 내 인생의 시간들이 어쩌면 현재에 또는 미래에 강한 나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온 마음을 다해 간절히 꿈꾸는 자들이 해내는 일인 것이다.
간절한 꿈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큰 행복이자 행운인 것 같다.
그러나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나는 좌절할 것인가?
그러고 싶진 않다.
꿈은 내 인생에 딱 하나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하나의 꿈을 꿔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꾸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좌절하고 싶지 않다.
그때 내가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하늘을 한 번 보았더라면
급하게 우의를 입을 것이 아니라 그 구름 밖으로 나오면 된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 갑자기 마음이 편해지더라.
살면서 만나는 문제들도 비슷할 테니까 말이야.
당장 큰일 난 것 같아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보면
맑은 하늘 아래 작은 먹구름일 뿐인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 길을 다 걷고 나면 심장이 쫄깃쫄깃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꼭 오늘의 일을 떠올릴거야.
정말 그 당시에는 큰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 돌아보면 별 일 아닌 일들이 있다.
지금의 큰일이 미래에는 별 일 아닌 작은 해프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인생이란 결국 그런 건가 보다.
누구나 가슴에 응어리 하나 정도 얹어 놓고 살아가는 것.
각자의 짐을 들고 걸어가는 것.
십자가 아래에 놓인 모든 이들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다시 걸음을 옮겨 다음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카미노란 것이 그냥 발을 움직여 걷는 게 아니라는 것을.
카미노는 마음으로 걷는 것이다.
두 발이 아닌 하나의 마음으로.
인생의 짐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보다 작은 짐을 들고 있는 사람, 나와 같은 무게의 짐을 들고 있는 사람, 나보다 더 큰 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우리는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에 맞는 짐을 짊어지고 사는 것이 아닐까?
만약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짊어진 것 같다면 잠시 쉬어갈 수 있고.
쉬면서 힘이 생기면 그 짐을 다시 들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체력이 쌓여 지금의 짐이 가볍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갈리시아의 표지판들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예쁘긴 한데
매번 숫자가 새겨져 있어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걸 보면서 몇 킬로미터 남은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제 와 보니 어쩌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0km가 되는 지점은 종착지가 아닐 테니까.
그렇다.
큰 의미가 있다.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나는 이 구절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0이라는 숫자가 순례길에 있어서는 종착지의 의미이지만
0은 숫자에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순례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이 종착지가 새로운 마음가짐의 시작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착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든 생각은 '인생은 버텨내는 거구나.' 하는 것이다.
고난의 순간들이 있을 때 피하는 대신 버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고통을 이겨내는 순간이 온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육체적인 고통이나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은
극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얻었다.
어려움을 초월하는 큰 기쁨이나 목표가 있고
마음이 열릴 수 있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순례의 과정도 아픈 발만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시야를 넓혀 주변을 보니 버틸 만했던 것처럼 말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고난의 순간을 버텨내면 나중엔 괜찮아진다고 생각한다.
일에 있어서는 특히나 공감한다.
그러나 이 버틴다는 게 결코 쉽지가 않다.
그래도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긍정의 마음으로 조금씩 버텨보면 어느새 종착지에 도착해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카미노가 주는 선물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800km 를 걷고 나서 내가 알게 된 것은 결국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질문, 해답, 위로, 그리고 사랑.
모든 것이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 산티아고 길을 걸어야 했고,
그 길을 걸었기에 이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행복하다는 느낌과는 또 다른 충만감, 모든 것을 다시 얻은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이것을 일종의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카미노가 주는 선물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그 답을 마지막에 이르러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은 내 안에 있었다는 것.
정말 큰 깨달음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 책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얻는 게 있긴 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의 생각을 뒤엎듯 얻은 게 꽤나 많았다.
에세이 형식은 처음 읽어본 것 같은데 나름 만족하면서 읽었다.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